본문 바로가기
책 정보

달러구트 꿈 백화점

by prophetess 2023. 6. 14.
반응형

달러구트 꿈 백화점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

우리나라 사람들은 꿈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등장하는 소재에 따라서 꿈을 길몽과 흉몽으로 구분 짓기도 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은유와 암시로 여기기도 한다.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을 사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꿈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작가는 한국인이지만 소설 속 도시의 모습과 등장인물들은 매우 이국적이어서 이점을 의식하지 않으면 책을 읽는 동안 유럽의 어느 골목을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수면 가운과 상쾌함이나 설렘 등의 특별한 감정이 들어있는 차와 음식도 그런 운치를 더해 소설을 읽는 동안 느긋한 주말의 오수처럼 포근함과 아늑함이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잠이 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잠이 들어야만 만날 수 있는 무의식의 세계라니 몽환적이지 않은가. 

도시 전체가 꿈 산업에 종사하는 특별한 마을

주인공인 페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업하는 게 꿈인 취준생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높은 연봉, 각종 인센티브와 직원 복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끄덕이는 네임벨류 등 현실 세계에서도 먹힐만한 장점이 있는 직장이다. 서류와 필기와 면접이 있다는 점이 현실과 묘하게 비슷해서 신경 쓰이지만, 곧이어 온몸에 털이 부슬부슬하게 난 녹틸리카가 끼어들면서 이것이 꿈의 세계였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주인공인 페니는 꿈에 대한 특별한 열정으로 단번에 면접에도 통과하게 되고 꿈에 그리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의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페니는 경력 30년 차의 백화점의 매니저와 카운터를 함께 보게 되는데 여기에서 만나는 다양한 고객들의 사정이 이야기로 풀어진다. 백화점에서 구입하게 되는 꿈에 따라서 신비롭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섭고 불쾌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단순 변심으로 이미 꾼 꿈을 환불하겠다고 벼르는 손님도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물건을 파는 백화점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꿈값을 꿈속에서 느낀 각종 감정들로 치르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좋은 꿈이든 싫은 꿈이든 결과적으로 모두 내 손으로 직접 산 것

꿈을 산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꿈을 꾸기 위해서 잠든 사람이 무언가를 지불할 필요는 없다. 물건(?)을 가져간 후 꿈을 꾸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기분들을 꿈값으로 후불 지급하는 방식이다. 좋은 꿈의 경우 다채롭고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꿈값을 많이 받을 수 있고 반대의 경우 꿈값을 아주 적게 받거나 예의 환불 고객처럼 환불을 요구받을 수 있다. 그럼 좋은 꿈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먼저 떠오르는 용이나 돼지 꿈, 조상님이 로또 번호를 읊어주시는 꿈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슬픈 꿈도, 어렵고 곤란한 꿈도 때에 따라서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 꿈 속에서 죽은 가족을 만나 슬프지만 그로 인해서 위로받을 수 있고, 상대방의 곤란함이나 어려움을 대신 겪어봄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