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기 위한 비법
공동 주택에서의 거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원을 가꿔본 일이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 본 꽃나무는 주로 외가댁 단독주택 옥상의 화분이었고, 그 외에는 할아버지와 산책 나갔던 가족공원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가족공원을 좋아했는데 거기에 여러 개의 작은 연못과 울타리 주변의 화초가 있었고, 어린아이에게는 굉장히 공격적이었던 백조가 많이 살았던 것 같다. 내가 다섯 살이나 여섯 살 때의 일이니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 이후로는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다시 정원을 보는 것은 부모님이 별장을 갖기로 결심했을 때이다. 처음 땅을 구경 갔을 때는 황량한 황토땅이었는데 부모님의 열정(주로 아빠)으로 곧 과실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화단 가로는 야생화도 있고 사다 심은 화초도 있었는데 그해 그해에 다른 꽃으로 바뀌기도 했다. 한 송이만 있으면 잘 눈에 띄지 않던 꽃들도 화단에 무리 지으니 아주 볼만했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비법에는 별거 없다. 아주 세련된 조경 취향이 있던 없던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느냐에 따라서 정원의 풍성함이 달라진다. 꽃은 물을 아주 좋아한다. 비가 식물들의 보약이기는 하지만 꽃을 막 피워올릴 때에는 충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땅에 심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은 물을 줘야 하고 예초기를 돌릴 수 없으니 자라난 잡초는 쪼그려 앉아서 손으로 솎아주어야 한다. 정원이 꽤 넓기 때문에 이런 힘든 작업은 구역을 나누어 매일매일 반복된다. 사람을 쓰면 힘든 일이 줄어들 것 같지만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런 정원을 돌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추구하는 정원의 아름다움이 있어 남에게 맡기는 걸 못 견뎌하는 하는 것 같다. 흐린 눈을 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모네가 사랑한 정원
모네 또한 정원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거장의 심미안까지 합쳐져 정원의 모습은 꽤 아름다웠을 것 같다. 그의 그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화려하고 풍성한 식물들이 피고지고 피고 지고 했지만 그것을 잘 계산해 정원을 구성했기 때문에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모네의 정원에서는 항상 만개한 꽃무리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모네가 사랑한 정원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연꽃이 만발한 물의 정원의 연못이다. 모네는 연못에 핀 연꽃을 주제로 연작을 그렸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들이다. 연잎과 함께 물에 비친 정원과 하늘의 그림자를 그린 그림들인데 부드러운 빛을 받아 수면이 어른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거장의 일생에 따른 주제의 변화
모네는 자연광 속에 있는 인물도 아주 아름답게 표현했지만, 그보다는 정원을 사랑했고 말년에는 인물화는 거의 그리지 않고 빛에 따른 풍경의 변화에 집중했다. 조금 거칠다 싶은 붓터치도 자연광의 변화를 관찰함에 따라 점점 부드러워져 명확한 윤곽선 없이 반짝거리게 표현하게 되었다. 모네의 그림 중 비교적 젊은 시절에 그렸던 작품이 더 유명한 것 같지만 나는 그의 말년에 그린 정원에서의 그림을 더 사랑한다. 싱그러운 정원에서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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