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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prophetess 202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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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인물의 삶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책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분류학자이다. 그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어류 중에서 거의  1/5에 해당하는 생물에게 이름을 붙였다. 물론 그 혼자만의 힘은 아니고 그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그가 부리는 조수들이 힘을 합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의 업적이 대단치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지금도 많은 어류가 '조던의 도미', '조던의 서레기', '조던의 서대' 등 그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지형지물에도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에서 따와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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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류의 위대한 업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인격적으로도 훌륭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작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을 후하게 평가하는 사람들과는 꽤나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출간되고 불과 6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스탠퍼드 대학교와 인디애나 대학교에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을 딴 건물을 그의 이름과는 관련이 없는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그리고 교직원의 온'오프라인에서의 시위와 빗발친 항의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평전은 아니다

그렇다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인물의 삶을 다루는 평전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도 나오고, 사랑에 실패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난 이야기 등 삶의 궤적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중간중간 등장한다. 또 작가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생화학자이자 교수자인 아버지와의 유년시절 유감스러운 관계도 적나라하게 쓰여있다. 보통은 이쯤에서 감이 잡히는 게 맞지만, 이쯤  와서도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썼는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된다. 강제로 시설에 감금되어 불임수술을 받아야 했던 인물에 대한 인터뷰가 나올 때가 되어서야 슬슬 감이 잡히기 시작하고, 이 수수께끼는 책의 중후반부에서야 드디어 풀린다.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삶을 살아온 훌륭한 업적의 분류학자는 작가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제대로 된 길을 걸어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비스 스타 조던은 여러 해양 생물에게 이름을 붙였고, 사랑하는 형을 전쟁에서 잃었기 때문에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주의자였다. 하지만 그는 우생학을 지지했고, 그에 따라서 자신의 업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제3국의 원주민들을 의도적으로 기록에서 삭제했다. 심지어 사람을 죽였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했다.

결국 말하고 싶은 바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작가가 여러 가지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난 후에 내린 결론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인 것 같다. 남들이 알아주는 업적을 세우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가? 작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의식의 한구석엔 어떤 삶이 가치 있고 고귀한지 벌써 알고 있다. 개인의 영달과 가치 있는 삶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했을때 개인의 영달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진 사회일지라도 그들 또한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유태인을 학샐했던 히틀러는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을 처음 생각해냈고, 또한 채식주의자였다. 인간은 어느 한 부분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사람으로 태어났다면 그의 모든 면이 아름다울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어그러진 모습이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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